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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로그] 커튼콜 신드롬 (레오X츠카사)
오드777
2019. 12. 28. 14:40
KPC 스오우 츠카사 (오드)
PC 츠키나가 레오 (려해님)
아래로는 시나리오의 스포일러가 있으니 열람에 유의해 주세요.
미안해요.
그림자가 진 탓에 입모양을 알기 힘들었지만,
아마 그런 내용이었을 겁니다.
늘 그런 말을 했으니까.
거대한 간판이 그 몸을 짓뭉개기 직전 당신은 츠카사에 의해 반대편으로 떠밀립니다.
저 얇은 몸에 이럴 만한 힘이 있었던가.
그런 현실감 없는 생각도 잠시,
굉음과 함께 뭔가가 짓눌리는 끔찍한 파열음이 귀를 찌릅니다.
당신은 떠밀려 주저앉은 채로 보도블럭 위에 번지는 피를 바라봅니다.

검고, 끈적하고, 소름이 끼칠 만큼 붉은 피 웅덩이가 신발 앞코에 닿습니다.
머리가 아플 정도의 비명과 웅성거림 속에서 당신은 생각합니다.
또 실패했구나.
그렇다면 돌아가야지.
생각이 말로 만들어지기도 전에 손이 목에 걸린 음표 모양의 목걸이를 찾아 쥡니다.
시간이 돌아갈 때의 느낌은 언제나 똑같았죠.
늘 그랬듯 쿵, 하고 무언가 단단한 것에 부딪힌 것만 같은 충격이 몸을 휘감습니다.
아래에서부터 위로, 중력이 역류하는 듯한 감각.
하나의 시간선에서 강제로 떼어내져 내팽개쳐지는 느낌은 몇 번을 반복해도 불쾌하기만 합니다.
칼날처럼 살을 도려내는 듯한 역류의 감각 속에서 희미하게 눈을 뜹니다.
지금껏 스쳐 지나갔던 츠카사의 죽음들이 소리의 형태로 몸을 파고듭니다.

기준치: | 65/32/13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뭉개지고, 으깨지고, 날아가고, 으스러지는 소리들.
비명 한 번 내지르지 못했던 끔찍한 죽음의 소리들 사이로 익숙한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옵니다.
.....이 있어요.
그 분이.....했으면 해요.
그리고는 암전. 형용할 수 없는 암흑이 정신을 지배합니다.
쿵. 침대에서 바닥으로 굴러 떨어지는 충격과 함께 정신이 돌아옵니다.
눈을 뜨면 보이는 것은 익숙한 천장입니다.
습관처럼 손을 뻗어 휴대폰의 화면을 확인하면, 시간은 문제없이 돌아간 모양입니다.
그야 그렇겠죠.
수백 번을 돌렸는데 이제 와서 이변이 생길 리도 없습니다.
그리하여, 그렇게 해서....
수백 번을 거듭해 또다시 출발선에 섰습니다.
아니, 출발선이라고 해도 되는 걸까요.
당신은 또 하루를 잃었잖아요.
잃어버릴 하루가 남아 있었다면요.
당장 주위만 둘러봐도, 익숙해야 할 터인 당신의 방은 공백의 시간 동안 지나치게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 정도로 기억이 전혀 없는 걸 보면, 이 방에도 츠카사는 짙게 묻어 있었던 모양이죠.

언제 바꾸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면, 이 침대도 츠카사와 함께 골랐던 걸까요.
확실히 취향의 디자인은 아닌데, 한 사람이 눕기에도 좀 크고...
이불의 색은 츠카사가 좋아하는 색일까요?
기억이 나지 않아요.

그리 깔끔하진 않네요. 이리저리 악보들이 널려 있습니다.
기준치: | 65/32/13 |
굴림: | 3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한켠에 놓여 있는 액자를 발견합니다.
안에는 츠카사와 함께 찍은 사진이 들어 있습니다.
놀이공원에 갔는지, 이상한 동물 귀 머리띠를 쓰고 웃고 있는 둘의 모습 역시 당신에게는 없는 기억입니다.
어쩐지 가슴 한편이 아려옵니다.

의외로 가지런히 꽂혀 있는 책들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책장 한 칸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는 넥타이나 목도리, 만년필, 인형 등입니다.
아마 츠카사가 주었던 선물들이었겠지요.
소중히 다뤘음을 먼지 하나 쌓이지 않은 겉모습에서부터 알 수 있습니다.
조그마한 쪽지 하나도 눈에 띕니다.
이런 것까지 간직하고 있었군요.
펴 보면 아마 츠카사의 것일 기억나지 않는 글씨체로 다섯 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운명이에요.]

그때, 손 안의 휴대폰이 진동합니다.
츠카사로부터의 문자입니다.

이름은 기억한다고 루프 도중 몇 번인가 말했던 것 같은데.
이상한 데에서 성실한 사람인 걸까요, 아니면 그저 불안한 걸까요.
마음이 자신의 것이 아니기라도 한 양 뻐근해집니다.
뼈저리게 느껴집니다.
이름과 얼굴밖에 기억나지 않지만, 당신은 분명 이 사람의 이런 면모까지도 사랑했던 겁니다.
그리고 뒤늦게 문자 하나가 더 도착합니다.


[금방 갈게, 스오.]
공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목적지가 가까워질수록 절로 빨라집니다.
마음이 들뜨는 이유를 스스로도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당신은 원래 츠카사를 만나러 갈 때마다 이랬을지 몰라요.
그 기분을 몸이 기억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이번에는 어떻게 인사를 건네야 할까요.
또다시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고?
이번에는 반드시 구해 주겠다고?
하지만 그 중 어떤 말을 하더라도,
츠카사는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겠죠.
기억을 잃었음에도 루프 속에서 익숙해지고 만 표정입니다.
걷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약속 장소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휴일인데다 근처에 상점가가 있는 탓에 사람이 적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을 한눈에 찾아 버리고 마는 것은, 역시 몸이 기억하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그야 이렇게나 심장이 뛰는데 모른 척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손목시계를 보고 있던 츠카사는 당신의 부름에 고개를 듭니다.
그리고, 당신이 수없이 많은 루프 속에서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표정이 일순 그 얼굴을 스칩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1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언젠가부터 빛 없이 가라앉아 있던 눈에 얼핏 무언가가 도사린 것도 같습니다.
그 아래에 스미는 억겁의 감정을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그야, 당신이 언제고 느껴 오던 것이니까요.
죄책감과 무언의 굳은 결심이 어지러이 뒤섞인 눈빛이 찰나의 순간 당신을 마주합니다.





자, 이제 이런 얘기 그만할까? 난 우리 스오 봐서 좋은데! 스오는, 안 그래?

조금 뒤, 숙였던 고개를 든 츠카사가 지독히도 익숙한 슬픈 얼굴로 묻습니다.



츠카사는 수많은 감정이 얼룩진 듯한 한 마디와 함께 다시 웃어 보입니다.
그만두는 게 어떻겠냐는 말은 따라붙지 않습니다.
그만두라고 말했어도 듣지 않았을 테지만요.
어쨌든 츠카사는 손을 내밉니다.






자, 가자. 공원 구경하러 가야지?

...분수라. 당신은 이내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립니다.
분수 주위를 함께 거닐던 도중, 갑자기 나타난 괴한이 츠카사를 데리고 가 인질극을 벌인 적이 있었으니까요.
주변을 더 경계하는 편이 좋을 것 같군요.


레오 씨는 하고 싶으셨던 일이라거나, 그런 건 없으신가요? 저야 산책이면 되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 띌 만한 행동은 하면 안 된다구요... (잡힌 손을 빼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고 보니... 저, 사고 싶은 게 있는데. 상점가에 같이 가시지 않을래요?

둘은 이제 익숙하기 그지없는 사거리로 나섭니다.
언젠가 바로 여기서 길을 탈선한 오토바이가 츠카사를 쳤던 적도 있었죠.
그런 식으로 또 다시 잃을 수는 없다고, 당신은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
츠카사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상점가 한복판입니다.
당신은 조금 긴장하고 있습니다.
그야 직전의 루프에서 츠카사는 이곳에서 죽었는걸요.
직전만이 아니라 수도 없이, 이곳에서.
그러거나 말거나 츠카사는 평온합니다.
당신이 주위를 경계하든 말든, 당신의 손을 잡고 장신구 가게로 향합니다.
점원은 아무래도 아이돌인 두 사람을 알아본 것 같습니다.
또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 알 수 없어 신경을 곤두세운 당신과 다르게,
츠카사는 쉿, 하는 제스처를 점원에게 해보이며 살갑게 말을 겁니다.



목걸이를 유심히 살펴보다 고개를 끄덕이며 사라진 점원은, 잠시 후 같은 디자인의 목걸이를 가져옵니다.
츠카사는 밝게 웃으며 목걸이의 값을 치르지만, 어쩐지 위화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목걸이를 사고 밖으로 나오면 어느새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석양이 질 때까지 츠카사가 살아 있었던 게 얼마만이죠?
어쩌면 오늘에야말로 츠카사를,
그렇게 생각한 당신이 뒤로 돌았을 무렵입니다.

가슴팍을 퍽, 떠미는 손길이 있었습니다.
당신은 보도 안쪽으로 나동그라집니다.

그래서 붙잡지 못했어요.
미안해요, 질리도록 들은 말과 함께 차도로 뛰어드는 츠카사를.
왜?
어째서?
무슨 생각으로?
말로 튀어나오는 생각은 하나도 없습니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경적 소리.
당신이 다리에 힘을 주어 일어서기도 전에 달려온 거대한 트럭이 소름끼치는 마찰음과 함께 츠카사를 짓밟습니다.
얼굴에, 빗방울 같은 게 튀는데,
하지만 하늘은 맑아서.......
어디선가 비명 소리 같은 게 들려온 것도 같았습니다.
SANC 1D2/1D4.

기준치: | 55/27/11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rolling 1d4
()
2
2
레오 이성 -2
덜덜 떨리는 손으로 목덜미의 음표 모양 목걸이를 거머쥐기도 전에,
쿵, 하고.
무언가 단단한 것에 부딪힌 것만 같은 충격이 몸을 휘감습니다.
이상하다.
목걸이를 쥐지도 않았는데.
어렴풋한 생각을 마지막으로 시야가 암전됩니다.
...
의식이 어두운 공간을 헤엄칩니다.
이번 루프는 이상할 만큼 오래 걸리는군요.
신체 말단부에서부터 심장으로 피가 거꾸로 흐르는 듯한,
혈관 하나하나에 얼음이 들어차는 듯한 감각.
그리고....... 박수 소리?
당신은 기묘한 위화감과 함께 눈을 뜹니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당장 눈앞에 펼쳐진 게 익숙한 천장이 아니라는 점에서 뭔가 뒤틀렸음을 깨닫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어두운 극장 안입니다.
당신은 자신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는 소극장의 관객석 맨 앞줄에 앉아 있습니다.
무대의 막은 올라 있지만 하나뿐인 켜진 조명 아래에는 역시 아무도 없습니다.
그때, 팔걸이 위에 올라가 있던 손을 누군가가 붙잡습니다.
소스라치게 놀라 옆을 바라보면,
당신의 손을 붙잡은 손의 주인공은 츠카사입니다.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당신을 바라보던 츠카사는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반대쪽 손가락의 검지를 세워 제 입 앞에 가져다댑니다.
쉿. 말로 하지 않아도 알아들을 수 있는 제스처입니다.
츠카사는 이윽고 무대를 가리킵니다.
그리고, 뭔가를 말하려 하는 것 같은데.

기준치: | 65/32/13 |
굴림: | 6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무대를 보았다가, 다시 옆을 보면 츠카사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환상이라도 본 걸까요? SANC 0/1.

기준치: | 55/27/11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레오 이성 -1
츠카사가 앉아 있었던 좌석을 보면 쪽지 하나가 떨어져 있습니다.
펴 보면 다음과 같은 문장이 적혀 있습니다.
[처음 만났던 날, 기억하세요?]
기억나지 않는 필체로 적힌 쪽지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문득 의식이 점멸합니다.
어딘가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감각과 함께 몸의 중심부가 어긋납니다.
본능적으로 침범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머릿속을 한 편의 연극 같은 장면들이 파고듭니다.
어째서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건 기억입니다.
누군가의 가장 은밀하고 소중한,
당신이 버리기로 결심했던.
.....깜빡. 눈을 뜹니다.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공간이에요.
몇 번이고 걸었던 학원의 복도.
'당신'의 옆에서 함께 걷고 있는 사람들 역시 그렇습니다.
기사라는 이름으로 한데 모인, 무엇과도 맞바꿀 수 없는 소중한 동료들.
아, 모두 함께 걷고 있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흘끔, 아래쪽을 보면 '당신'의 손에 마구잡이로 끌려오고 있는 흑발의 기사가 보이네요.
또 한 번 '당신'의 독단으로 처리한 일이라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지만, 그만큼 중요한 일이니까요.
이윽고 '당신'과 기사들은 어떤 곳의 문을 엽니다.
스튜디오네요. 프로듀서의 얼굴도 보입니다.
그런데, 그녀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못합니다.
진이 빠진 듯한 얼굴을 하고 있어요.
바닥에 앉아 있는 누군가의 실루엣이 어렴풋이 보이는데, 그 누군가 때문인 걸까요?
갑작스레, '당신'의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합니다.
어딘가에 불꽃이 옮겨 붙기라도 한 것처럼.
그때 흑발의 기사가 나른한 목소리로 물어 옵니다.
사쿠마 리츠:리더 어쩌고 하는 소리가 들리던데, 혹시 왕님이 돌아온 거야?
무슨, 그게 무슨 소리죠?
왕님이라면, 분명히......
지금까지 '당신'은 쭉 그들과 함께 있었는데요.
'당신'은 고개를 들어 모두가 바라보고 있는 그 사람을 보려고 애씁니다.
바닥에 악보를 그리며 앉아 있는 건, 다름 아닌.....
......
찬물을 끼얹은 듯 한순간에 정신이 돌아옵니다.
심장이 뛰어서 자리에 앉아 있기 힘들고, 시야가 흐릿해졌다가 말갛게 개기를 반복합니다.
방금 뭐였죠?
누구의, 누구의 기억이었죠?
SANC 1/1D2.

기준치: | 52/26/10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rolling 1d2
()
1
1
레오 이성 -1

기준치: | 65/32/13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방금의 기억에 등장한 것은 츠키나가 레오, 당신 자신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그걸 바라본 사람은?
이 기억의 주인은 누구죠?
모를 수가 없습니다.
......츠카사입니다.
하지만, 츠카사의 기억이 어째서 이런 식으로.
이제는 기억하지 못하는 당신을 책망하기라도 하는 걸까요.
애초에 이 공간은 뭐죠?
이럴 시간이 없는데, 이러는 동안에도 츠카사는 죽어가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버릇처럼 목덜미를 어루만진 당신은 목걸이가 사라졌음을 깨닫습니다.
방금 떨어트리기라도 한 걸까요?

(급하게 몸을 일으켜 바닥을 이리저리 살펴본다.)
주위를 둘려봐도 팔걸이에 먼지가 쌓여 잇다는 것에서 오랜 시간 사람이 찾지 않은 장소였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
목걸이를 포함한 별다른 것을 찾을 수는 없습니다.
조금 전, 츠카사는 분명 무대를 가리켰었죠.

무대 위로 오르기 위해서는 먼저 무대 뒤를 거쳐야만 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깨달은 당신은 무대 뒤로 향합니다.
무대 뒤로 향하는 문에는 또다시 쪽지가 한 장 붙어 있습니다.
읽어 보면 아까와 똑같은 필체로 다음과 같은 문장이 적혀 있습니다.
[당신이 저한테 줬던 것들은 기억하시나요?]

그때 안쪽에서부터 떠밀리듯 문이 강제로 열립니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폭력적일 정도의 빛이 명멸합니다.
한 번 겪었을 뿐이지만 익숙한 감각입니다.
제 의사와 상관없이 마음이 제멋대로 타인의 감정을, 츠카사의 감정을 받아들이려 꿈틀대고,
그리고 이윽고 눈앞에 펼쳐집니다.
...
어느덧 석양이 지면을 어루만지는 시간대입니다.
'당신'은 레오와 함께 하굣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조금 앞서 걷던 레오가 뒤를 돌아봅니다.
저도 모르게 발이 멈춥니다.
지나치게 눈부신 광경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럴 법도 하죠.
'당신'에게 레오는 언제나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눈이 너무 부셔서 똑바로 바라볼 수조차 없는, 그런.
레오가 입을 엽니다.
그 음성에 실려 있는 것은 '당신'조차도 절절히 느낄 수 있는 거대한 애정이라, 문득 목 아래가 묵직해집니다.




츠키나가 레오:...내 얼굴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고 싶진 않은데... (작게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린다.) 아, 괜찮...습니다. 잠깐 생각 좀 하고 있었습니다, 별 일 아니에요.



혹시, 나랑 같이 걸어가고 싶어서인 거 아니야?


뭐, 스오도 지리를 잘 아는 건 아닌 것 같지만.



(내가 스스로 나를 달래줘야 한다니...)

츠키나가 레오?:... (세상 그 누구보다 기쁜 것처럼 눈을 휘며 웃는다.)

운명이야.
투닥거리던 그때, 조금 뜬금없어 보이는 한 마디와 함께 레오가 웃습니다.
아, 마음 한켠이 저려요.
레오는 모를 겁니다.
'당신'이 얼마나, 얼마나...
그 한마디를 지독하게 바라왔는지, 그 한마디 앞에서 꼴사납게 무너져도 레오라면 받아 주리라는 확신이 사람을 얼마나 벅차게 하는지.
손이 멋대로 목에 걸고 있었던 음표 모양의 목걸이를 풀어냅니다.
이내 레오의 목에 목걸이를 겁니다.
의아한 듯, 조금 상기된 낯으로 '당신'을 바라보는 레오에게 속삭입니다.
운명이에요.
한순간에 의식이 기억으로부터 튕겨져 나옵니다.
당신이 잃은 기억들이, 알 리 없었던 츠카사의 감정을 타고 머리를 어지럽힙니다.
아픈가요?
슬픈가요.
그건 당신의 감정인가요, 아니면 츠카사의 감정인가요?
쪽지를 다시 확인하면 적힌 문장이 바뀌어 있습니다.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아요.]
열렸던 문이 어째서인지 닫혀 있지만, 잠겨 있지는 않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매캐한 먼지의 냄새와 함께 불이 켜지지 않아 어두운 무대 뒤가 보입니다.
무대 뒤에는 소품과 의상들이 어지러이 널려 있습니다.
스위치를 찾아 불을 켜도 퀴퀴하고 어둡기만 합니다.
대본들이 꽂혀 있는 듯한 책장과 무대로 이어지는 계단이 보이네요.

교복, 악보, 만년필... 넥타이, 누군가 직접 뜬 듯한 목도리, 인형.
그리고 당신의 글씨체로 적힌 편지들.
연극의 소품이라기엔 위화감이 드는 물건들뿐입니다.
그런데도 말문이 막힐 것처럼 버거워지는 것은 왜일까요.


기준치: | 60/30/12 |
굴림: | 3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책장에서 앨범을 발견합니다.
앨범에는 두 사람이 함께 찍었던 사진들,
그리고 그걸 모아 두며 츠카사가 적어 둔 짧은 글귀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런데..... 보다 보니 이상한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기준치: | 65/32/13 |
굴림: | 5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어느 순간부터 레오, 당신의 독사진들뿐입니다.
마지막 장에는, 이제는 익숙해진 글씨체가 꾹꾹 눌러 적어둔 문장이 있습니다.
[당신이 우리를 몰라도,]

무대 뒤를 확인한 당신은 무대 위로 오르기로 합니다.
어두운 무대 뒤에서도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인지, 계단으로 향하는 방향에는 형광 테이프가 점점이 발라져 있습니다.
계단 옆에는 역시나 쪽지가 하나 붙어있습니다.
[제가 우리를 알아요.]

(테이프를 따라 뛰어간다.)
무대 위로 오르면, 기다렸다는 듯이 의식이 멀어집니다.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졌나요?
그도 그럴 것이, 이 감각은 루프의 감각과 굉장히 닮아 있습니다.
이 공간은 역시 츠카사가 만들어낸 걸까요?
당신이 잃었던 기억을 츠카사는 전해 주고 싶었던 걸까요.
여전히 의중을 모르는 채로, 당신은 기억 속으로 내던져집니다.
...
빠르게 가까워지는 트럭의 괴물 같은 엔진 소리를 들으며, '당신'은 또다시 직감합니다.
죽음의 순간이 코앞입니다.
이대로면 아직 눈치 채지 못한 레오도 휘말릴 겁니다.
둘 다 피하기에는 너무 늦었어요.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을 할 뿐입니다.
미안해요, 레오 씨.
미안해요.
그래도 나는 당신이 살아줬으면 좋겠어요.
저 같은 건 잊어버리고,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이제 그만해요.
지쳤잖아요.
아프잖아요.
이번에는 되돌리지 마세요.
결국 저는 당신의 운명이 될 수 없었던 거예요, 그것뿐이에요.......
할 말이 산더미인데 시간이 없습니다.
결국 그 몸을 안전한 곳으로 떠미는 것과 동시에 내뱉을 수 있었던 말은, 미안하다는 것뿐이어서.
돌리지 마세요.
더는 당신을 잃지 마세요.
저를 포기해도 괜찮아요.
아무것도 전할 수가 없습니다.
아, 그렇구나.
사랑이 문제인 거야.
당신이 나를 사랑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거야.
깨달음과 동시에 몇 번을 반복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끔찍한 고통이 전신을 덮치고, 시야가 암전됩니다.
죽음의 순간을 경험한 당신은, SANC 1D2/1D4.

기준치: | 51/25/10 |
굴림: | 93 |
판정결과: | 실패 |
rolling 1d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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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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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이성 -4
회상이 끝나면, 미약하게 옷깃을 잡아당기는 힘이 느껴집니다.
뿌리치려면 뿌리칠 수 있을 것 같은, 아주 여리고 약한 손길입니다.
무대 한가운데로 당신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 괴로움은 누구의 것입니까.
이 슬픔은, 이 사랑을 닮은 떨림은.
그렇다면 이 손길은, 또 누구의.....
무대 한가운데로 향하면, 스포트라이트가 당신의 위로 쏟아집니다.
텅 비어 있던 관객석에서 박수 소리가 들리고, 익숙한 목소리가 말을 걸어옵니다.

레오 씨.
객석에 앉아 있는 것은, 츠카사입니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데, 뭔가 거창한 이유라도 필요한 거야?
그냥, 받아줘.

레오 씨도 이미 알고 계시잖아요. 몇 번을 반복하더라도 저는 그 하루를 살아서 넘길 수 없다는 걸요.
저는... 레오 씨의 루프를 멈추게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당신은 쉽게 제 말을 듣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래서... 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신에게 부탁했습니다.
이곳은 신의 도움을 받아 마련한 공간의 틈새예요. 제 기억을 통해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잘 되지 않은 걸까요.

괜찮아, 스오랑 있을 수 있다면 단 하루라도 좋아. 그렇게, 매일. 하루를 돌아가며... ... 너와 있을수만 있다면 난 얼만큼의 기억이라도 다, 전부 내어줄 수 있어.
이렇게나 사랑하는데, 아직도 널 보기만 해도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어서. ...기억은 전부 전해졌으니까 걱정하지 마.

전해졌나요? 세상의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당신이 더 이상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마음이...
그만 루프를 멈췄으면 하는 제 바람이.
물론 저를 포기한다는 건 어렵겠죠. 그러니 제가 레오 씨의 감정을 가져가겠습니다.
당신은 그저, 당신을 괴롭게 하는 감정들을 제게 넘기겠다고 한마디만 하시면 돼요. 제발요, 레오 씨.

내 감정을 가져가지 말아줘, 스오. 부탁이야. 나에게 남은건 이제, 스오를 향해 반응하는 마음밖에 없단 말이야... 나에게서 널 앗아가지 말아줘.

당신의 감정들을 받는다면... 분명 괴롭겠지만, 어차피 곧 죽을 테니 괜찮습니다.

스오를 데려가지 마. 제발, 난 지금도 충분히 행복해. 하루라도 좋으니까 스오를 볼 수 있음에 감사해. 그러지마.
운명이야. 내가 그렇게 느꼈어. 스오가 아니면, 정말 안 돼....

(당신의 품에 묻었던 고개를 들고, 눈물 흘리는 눈으로 웃으며 당신과 시선을 맞춘다.) 여기, 제가 가져갔던 당신의 목걸이를 돌려드릴게요. 이 목걸이를 사용하면 여기서 나갈 수 있으니까... 자, 그전에 감정을 넘겨주세요.
이 세계 자체가 하나의 무대라는 말이 있듯이... 저는 거기서 조금 빠른 퇴장을 할 뿐이에요.

(매달리듯 애타게 입술을 물어 당기다가 벌어진 틈새로 유연하게 파고들어 고르게 입안을 훑곤 천천히 떨어진다.) ... 세계가, 하나의 무대라고 했지?
그렇다면 난 무대 뒷편이 더 좋아. 남들에게 보여지는 세상따위 관심없어. 스오가 없는 무대 위라면, 빠르게 퇴장해서 뒷편에서 다시 만나는 쪽을 선택하겠어.
미안, 스오. 나, 아무래도 스오에게 좋은 사람은 못 되려나봐.
(환하게 웃는 얼굴로 너를 안심시키려는 듯 웃어주다 네가 손에 들고 있는 목걸이를 뺏어 땅에 내던지곤 그대로 밟아 부순다.)
네가 없는 세상에서 살 거라면 차라리 여기 남을래.
분명 쇠로 되어 있었을 텐데, 목걸이는 당신이 밟자마자 먼지처럼 바스라집니다.
츠카사가 경악에 찬 눈동자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이내, 체념한 듯 웃습니다.

그렇다면 함께할게요.
츠카사가 다시 한 번 입술을 겹쳐 옵니다.
더욱, 꼭 안아주도록 할까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공간의 비좁은 틈새,
두 사람은 그곳에서 살아가기로 합니다.
이곳은 해묵은 기억만이 떠도는 곳.
망령 같은 감정들이 노니는 곳.
하지만 적어도 두 사람에게 있어서는 동화책 속의 완벽하고 행복한 성입니다.
그 누구의 침범도 방해도 허락하지 않는,
영원히 오래오래 행복하게 잠들 수 있는......
END 5 : 그리하여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츠키나가 레오, 스오우 츠카사 로스트